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트로페오는 나쁜 차가 아니다.
550마력의 3.0리터 트윈터보 V6 네튜노 엔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5초, 최고속도 시속 320km라는 수치는 지금도 충분히 강력하다.
네 명이 탈 수 있는 실내와 310리터 트렁크도 갖췄다. 문제는 차가 아니라 가격표다.
2026년 3월 가격 조정 이후 국내 판매가는 모데나 2억 2,520만원, 트로페오 2억 8,170만원이다. 트로페오는 최대 2,100만원 낮아졌지만 여전히 3억원에 가까운 영역에 머문다. 이 가격대에 들어가는 순간 소비자는 단순히 빠르고 아름다운 GT를 보는 것이 아니라 포르쉐 911과 메르세데스-AMG GT 같은 강력한 대안까지 함께 비교하게 된다.
가장 잔인한 비교 대상은 포르쉐 911 Carrera GTS다. 국내 공식 가격은 2억 4,730만원부터 시작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0초가 걸린다. 그란투리스모 트로페오보다 약 3,440만원 저렴한 출발가에 가속 성능은 0.5초 빠르다.
물론 두 차의 성격은 다르다. 그란투리스모는 4인승 럭셔리 GT이고 911은 스포츠카에 가깝다. 그러나 3억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는 소비자에게 이 차이는 무시하기 어렵다.
감성의 변화도 가격을 설득하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전 세대 그란투리스모의 상징은 4.7리터 자연흡기 V8이었다. 고회전에서 터지는 사운드는 성능 수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었다.
신형은 3.0리터 트윈터보 V6 네튜노 엔진으로 바뀌며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렸다. 기술적으로는 분명한 진보다. 다만 3억원에 가까운 럭셔리 GT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감성까지 함께 커졌는지는 의견이 갈린다.
차체 중량은 1,795kg이다. 네 명이 탈 수 있고 트렁크도 갖춘 만큼 순수 스포츠카보다 실용적이지만, 3억원을 정당화할 정도로 넓거나 편안한 럭셔리 쿠페라고 보기도 어렵다.
반대로 스포츠카의 날카로운 움직임을 최우선으로 본다면 더 가볍고 빠른 경쟁차가 존재한다. 그란투리스모가 가진 균형은 장점이지만, 가격 앞에서는 애매함으로 바뀔 수 있다.
중고 가치도 구매 결정을 어렵게 한다. 미국 시장에서 2024년형 그란투리스모의 신차 MSRP는 17만4,000달러에서 20만5,000달러였지만, CARFAX에 표시된 현재 평균 중고차 가격은 약 11만1,000달러다.
Kelley Blue Book의 예상 재판매 가치는 약 8만1,600달러다. 이는 미국 시장의 데이터이므로 국내 잔존가치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고가 수입 GT의 감가 위험을 보여주는 참고 자료다.
그럼에도 그란투리스모의 장점은 명확하다. 시속 320km의 성능, 네 명이 탈 수 있는 GT 구성, 흔하지 않은 이탈리안 디자인과 브랜드 희소성은 대체하기 어렵다. 누구에게나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디자인과 존재감을 최우선으로 두는 구매자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그란투리스모 트로페오는 못 만든 차가 아니다. 다만 2억 8,170만원이라는 가격이 차의 장점을 압도할 정도로 높은 기대치를 만든다. 갖고 싶은 차와 값어치 있는 차는 다르다. 이 차가 3억원의 가치를 하는지는 성능표보다 구매자가 마세라티의 디자인과 희소성에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자료
- 마세라티 공식 제원 및 Stellantis Media
- 포르쉐코리아 911 Carrera GTS 공식 제원·가격
- 파이낸셜뉴스 2026년 3월 국내 가격 조정 보도
- CARFAX 2024 Maserati GranTurismo Research
- Kelley Blue Book 2024 Maserati GranTurismo
편집 주의
미국 중고차 데이터는 국내 잔존가치와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감성·사운드·가격 대비 가치 평가는 AEMAZON 편집 의견입니다.